다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저는 지난 화요일부터 오늘까지 연휴 잘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연휴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죽은 삼성하드 때문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제가 샌디브릿지 2500K와 애즈락 P67 익스트림4 메인보드를 구매해서 열심히 오버클럭을 달렸죠. 그런데 말씀드리지 않았던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하드의 사망 소식이었습니다. 보드 교체하고 두세시간 후에 하드가 갑자기 돌연사 했습니다. 사실 하드야 죽으면 삼성에 가서 교환받으면 그만인데, 수년간 모아왔던 컴퓨터 관련 자료들과 사진, 문서들이 너무나도 아깝습니다. 제 생각에 복구 업체에 가면 자료는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가격이 20만원 정도 한다는 소문이 있어서 선뜻 내키지는 않습니다. 자료가 아깝기는 하지만 20만원 주고 살릴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그냥 새출발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잊어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연휴 시작과 함께 고향에 내려간 사이 인텔 P67 칩셋의 결함과 리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댓글과 트위터를 통해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습니다. 그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장 먼저 죽은 삼성하드가 떠오르더군요. 설마 인텔의 P67 칩셋이 저의 삼성하드를 잡아먹은건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런데 기사를 확인해보니 S-ATA 2 포트만 문제가 있고 S-ATA 3 포트는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삼성하드를 삼성 SSD와 함께 S-ATA 3 포트에 연결했기 때문에 이번 인텔의 리콜 문제와 삼성하드의 사망사건은 연관이 없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필 몇달간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하던 하드가 갑자기 메인보드 교체 후 두세시간만에 돌연사 했다는건 충분히 의심할만한 정황을 만들어 주기는 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아이폰으로 파코즈와 플웨즈를 눈팅하던 중 저와 동일한 증상으로 S-ATA 3 포트에 연결했던 삼성하드가 사망했다는 댓글을 목격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망하지는 않았어도 저와 동일한 초기 증상을 겪으신 분도 계신 것으로 보입니다.
 
해결책으로 제시한 내용은 펌웨어 업데이트였습니다. 일부 AMD 보드에서 발생하던 삼성 F3 계열의 하드 인식 문제를 펌웨어 업데이트로 해결하는 내용인데, 이 방법이 P67 보드의 S-ATA 3 포트에서도 적용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하드는 이미 물리적으로 죽었기 때문에 펌웨어를 업데이트할 방법이 없습니다. 어떤 포트에 꽂든 CMOS에서 인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니까요.

초기 증상은 이랬습니다. 컴퓨터를 켰는데 갑자기 삼성 하드에서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륵 드륵 드륵... 그리고 애즈락 보드 초기 화면에서 10초정도(?) 딜레이가 발생하더군요. 꺼림직했는데 역시나 윈도우 진입 후 삼성하드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른 컴퓨터를 끄고 잠시 후 다시 켜봤는데 이번엔 또 별다른 소음 없이 인식을 하더군요. 이때 제가 의심을 하고 자료를 백업했더라면 좋았을텐데 ㅠㅠ 일시적인 증상인줄 알고 그대로 계속 사용했습니다. 그 다음 부팅때 또다시 드륵 드륵 드륵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는 더이상 자료를 구경할 수 없었습니다. ㅠㅠ

지금 상태는 이렇습니다. 하드에 전원이 공급되면 처음에는 회전을 시작하다가 갑자기 드륵 드륵 드륵 굉음이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냥 회전을 멈춰버립니다. 그러니까 전원 공급 20초 후에 하드가 회전을 멈추는 상태입니다. 소리가 잘 들릴지 모르겠는데 동영상으로 올려드립니다. 드륵 드륵 드륵 소리가 16회 발생한 후 회전을 멈춥니다.



혹시 이 하드를 삼성 A/S 센터에 가져가면 살려낼 방법이 있을까요? 어차피 평일엔 회사때문에 안 되고 토요일에나 A/S 센터에 방문할 수 있는데 그때까지 다른 분들의 조언을 들어보고자 합니다. 자료에 대한 미련은 절반쯤 포기했지만 혹시라도 살릴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중요한 자료는 폴더를 동기화 시키든지 아니면 수시로 백업을 해야겠습니다.

이번에 샌디브릿지 구매하신 분들 삼성 F3 하드를 사용하신다면 S-ATA 3 포트 조심하세요. 물론 S-ATA 2 포트도 조심해야 하는건 마찬가지겠죠? 웬만하면 당분간 샌디브릿지 구입은 보류하시고 인텔의 리콜사태가 정리된 다음 꽃피는 봄이 오면 새로운 리비전의 메인보드를 구매하시는게 좋겠습니다. 오버클럭시 시스템이 불안정한 부분도 그렇고 여러모로 샌디브릿지가 저의 속을 썩이네요.